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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자전거 주저리 주저리

내 첫 자전거는 중학생 때 부모님이 사주셨던 스틸 재질의 20인치 접이식 미니벨로였다. 그 때는 미니벨로라는 단어도 몰랐고 그냥 접을 수 있는 자전거였다. 정작 접어서 뭘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자잘한 자전거 튜닝에 손을 대고 싶었는지, 뒷 바퀴 허브 쪽에 발 받침대를 부착하여 친구도 뒤에 태워서 다니고 그랬다. 그 때는 빠른 속도나 이런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더 좋은 자전거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고 이곳저곳을 자전거로 많이 쏘다니고는 했다.

 

그러다가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게되면서 자전거를 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전에 살던 곳처럼 골목을 통해서 여기저기 다니기 힘든 곳이었고 고등학교에 가게되면서 자연스럽게 잘 타지 않게 되어서 내 첫 자전거는 집 앞에 묶여서 방치되었다. 그걸 풀어서 어떻게 한 기억이 없는데 지금도 그 자리에 있으려나...

 

그 이후로 한참 동안 자전거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다. 재수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힘겨운 대학생활을 보내는 와중에 게임 말고 다른 취미를 가지지 않았었다. 가끔 전여친(현아내)님과 한강에 갔을 때 대여소에서 잠깐 빌려서 타는 정도? 그 때도 둘이서 바람을 맞는게 참 기분 좋긴 했었다.

 

그러던 중에 길가에 초록색 따릉이 스테이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니던 학교 근처에도 생기고 집앞에도 생기고 한강에도 생겼다. 혼자서 타고 집에 와보기도 하고 여친(현아내)님과 한강에서 타보기도 하고 그랬다. 요금도 비싸지 않아서 부담없이 타기도 좋고 흰색과 초록색의 색감이 참 마음에 드는 자전거다. 물론 무게는.. 튼튼함과 단가를 위해 스틸 재질을 사용한 자전거라서 아주... 무겁다.. 기어도 3단 밖에 없고..

 

주말에 일 없을 때 타고 불광천을 달리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퇴근할 때는 지하철 몇 정거장 전에 내려서 따릉이를 타고 집까지 왔다.

 

거지같은 따릉이 웹페이지를 욕하면서 참 열심히 애용했던 것 같다. 지금은 업데이트 되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전여친(현아내)님과 결혼하고 경기도에 거주하게 되면서 더 이상 따릉이를 탈 일은 없어져버렸다. 그래도 서울 쪽 올라가서 따릉이 자전거를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빠르지는 않아도 참 기분 좋게 해주는 자전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