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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2015 메리다 스피더 200D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다.

 

2018년 4월에 중고로 업어와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주고 있는녀석이다. 처음 업어왔을 때는 이런 모습이었다.

이미 전 주인분이 컴포넌트들도 변경을 해두어서 순정 상태로 남아있던 것은 프레임, 구동계, 브레이크 정도 뿐이었다. 티아그라 3x9 구동계에 텍트로 유압 디스크 사양인 녀석이었다. 전 주인분이 아주 깨끗하게 관리를 잘하셔서 카본 모용 데칼 스티커도 이쁘게 붙어있었고 자전거도 기스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지금은 뭐... 수많은 기스와 상처 자국이 있지만...

 

전 주인분이 변경한 컴포넌트들이 꽤 있었는데, 앞 뒤 큐알과 싯클램프가 Zefal 도난 방지용 세트로 변경되어 있었고 안장은 셀레 이탈리아의 SLS 안장, 핸들바, 스템, 싯포스트는 릿치 wcs 알로이 제품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페달도 깔맞춤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직전에 탔던 자전거가 삼천리에서 나온 26인치 엑스존 폴딩 자전거였는데 처음 타서 페달을 밟았을 때 느낌이 너무 달라서 놀랐다. 하이브리드 자전거이긴 하지만 로드 기반 하이브리드 자전거여서 엄청 잘 나가는 느낌이었고, 처음 맛보는 유압식 디스크의 제동 느낌도 좋았다.

 

이 자전거로 자출도 해보고, 아내랑 라이딩도 나가보고 하면서 조금씩 로드뽕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조금씩 변태같은 사양의 자전거가 되기 시작했다. 뜯어보고 바꾸기 좋아하는 공돌이 태생은 어떻게 안되었는지.. 이걸 팔고 로드를 살 생각을 안하고 이걸 로드로 바꿔보자라고 생각했었다. 자전거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무리 로드 기반 하이브리드라도 지오메트리가 로드와는 다르게 플랫바 기준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스템도 짧은 것으로 변경해야하고, 드롭바 장착 및 로드 레버와 구동계도 장착을 해야했다. 구동계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바꿀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닌 상황....

 

그래서 많이 바꿨다... 부품을 많이 사고.. 많이 바꿨다.. 그래서 그 결과..

 

이런 놈이 탄생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진으로 자세하게 남아있지 않은데 구동계 조합이.. 크랭크는 Sram Rival 컴팩트, 앞 드레일러는 시마노 티아그라 구형, 뒷 드레일러와 레버는 구구형 105 10단으로 구성된 아주 짬뽕 조합이 되어버렸다.. 기존 비비가 Sram과 호환이 안되어서 알리에서 비비까지 구매하여 조립... 드롭바는 리치, 스템은 시마노 프로 제품으로 교체... 브레이크는 기존 유압식에서 Trp 기계식 캘리퍼를 알리에서 구매하여 조립... 위 사진에는 없지만 결국 로드 클릿페달까지 달아버렸다... 겉선, 속선도 전부 교체...

 

모든 조립과 변경은 집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부품+공구 값으로 얼마를 썼는지... 당시 로드를 엄청 열심히 타시던 회사 동료분이 제발 그러지 말라고 뜯어 말렸는데... 알잖아요... 어쩔수 없는거...

 

그렇게 하이브리드인듯 로드인듯 알 수 없는 놈을 열심히 타다 보니...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세팅이 맞는지 고민을 참 많이 하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속도를 추구하는게 나의 라이딩 스타일과 맞는 것인가. 미니벨로를 타는 아내랑 같이 자전거를 탈 때는 어차피 많이 밟지도 못하고 혼자서 그렇게까지 라이딩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자전거를 타면서 편하지 않으니 점점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 결국... 다시 이렇게 되어버렸다.

 

결국 하이브리드 형태의 자전거로 다시 돌아와 버렸다. 구동계는 그대로 유지한 채로 변속 레버만 플랫바용으로 장착하고 나머지는 기존 사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클릿 페달도 떼어버리고 평페달로 복귀... 이렇게 다시 변경한 이후에도 거의 1년 동안은 자전거를 잘 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운동을 해야된다는 생각도 들고, 코로나 때문에 계속되는 재택 근무와 2세가 태어난 후의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용도 보다는 생활차로 더 잘 사용하기 위해 짐받이까지 장착했다.. 토픽 카피 짐받이여서 MTX 토픽 바스켓과 함께 장도 보러가고 점심메뉴 배달도 다녀오고.. 그러고 있다.

 

여건만 된다면 속도를 위한 로드 한 대, 생활차로 사용할 좋은 미니벨로 한 대 이렇게 운용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을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재미를 붙이니 또 다시 자잘한 튜닝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라는게 참 그렇다.